'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아'
우리 둘은 정말 대화가 잘 통했고 그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마주한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는 것이 어느 순간 공허해지는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 남자와의 대화는 할수록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일하는 중에는 메신저로 끊임없이 대화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끊임없이 문자하고 통화를 했다. 어쩜 할 말이 그리 많았는지, 오랜 친구 같은 편안한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꼽는 기준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적극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게 진짜 제일 어려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누구는 관심사가 같아야 하고, 누구는 같은 유머 감각이 었어야 하고 누구는 사고방식이 같아야 하며 누구는 지적 사유 방식이 같아야 하는 등 각자의 기준은 끝도 없이 무수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화'도 어렵지만 '통하는 것' 또한 어렵다. 심지어 그게 '잘' 되기까지 해야 그 조건을 겨우 하나 충족한다.
이 사람과 나는 정말 '대화가 잘 통했다.'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사람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고 더 많은 관심이 갔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하루도 빠짐없이 연락을 주고받은 우리는 드디어 직접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서울에 있는 그가 날 보러 부산으로 온다고 했다.
"나 이번 주 주말에 너 보러 부산 내려갈게."
"정말?? 좋아 좋아!"
서울에서 부산, 약 400km 나 되는 그 먼길을 날 보러 오고 싶다고 했다. 여기서 심쿵.
나도 튕기는 모습따위 보이지 않았다. 뭐 어떤가. 그저 어서 보고 싶었고 만나서 대화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토요일. 그 남자는 내가 일하는 곳으로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어디쯤이다 어디쯤이다 말해줄 때마다 조금씩 두근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오랜 친구 같은 느낌으로 시작을 했지만 직접 본다고 하니 왜 이렇게 가슴이 두근대던지.
늦게까지 우리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2013년 11월, 뜨거운 연애를 시작했다. 그리고 생애 첫 장거리 연애라는 것도 시작했다.
남녀 사이든 친구 사이든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만큼 크나큰 행운이 없다. 다른 부분은 결국 짧은 시간이면 사라지는 것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못 잊는 건 잘 통했던 '대화'. 서로의 마음을 읽어주는 듯한 '대화' 그리고 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그 사람'인 것 같다. 그렇듯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은 아주 강력하다.
마음에 담고 싶은 그 사람과 나눈 대화는 새삼 설레고 또 설레었다. 그리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고 감정은 급하게 꺼낼수록 서툴게 표현되어 곡해하기 십상이므로 오늘도 가장 적시에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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