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머문 자리/:: 추억

내가 너를 처음 본 순간. 나의 평생 반려견 '보리'

셜록_o 2021. 6. 15. 00:01

우리 집 귀염둥이 개는 '제페니즈 스피츠'이다.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의 이름은 '보리'. 이 이름은 엄마가 지어주셨다.

쌀, 보리 할 때 보리냐고? 아니다! 보리라는 이름의 뜻은 불교에서 '깨달음의 지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구 !

2013년 여름, 보리는 예전에 알던 지인이 무책임하게 파양을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아이다. 그 사람과는 그 이후로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나도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도 없었고 부모님께 말씀도 못 드린 상태였다. 솔직히 겁도 나고 걱정이 되었었다.

보리는 처음 봤을 때부터 유난히 나를 잘 따랐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처럼 날 졸졸 따라다녔다. 고양이에게 간택당한 것이 아니라 개에게 간택을 당했다. 조그마한 꼬리를 어찌나 세게 흔들던지. 나는 이 작은 아이를 그냥 놔둘 순 없었다.

겨우겨우 몇 날 며칠, 부모님을 설득해서 마침내 우리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 내키지 않으셨는지 조그마한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동생은 마냥 좋아했었지. 그렇게 우리 보리와 우리 가족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보리 생후 2개월때, 작은 인형만하던 꼬물이 시절


지금은 개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공부와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키워야 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정말 절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는 스피츠라는 견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데려온 게 아니었다.

털이 털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빠진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날마다 집안 곳곳에 뭉게뭉게 굴러다니는 털들을 보면서 해탈의 경지까지 오게 되었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좀 더 좋은 사료, 중간중간 맛있게 먹으라며 간식도 사다 줘야 한다. 거기다 만약 아프게 되면 정말.. 그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 보리도 애기 때 많이 아팠었다. 병명은 췌장염. 강아지 췌장염은 한번 발병하면 쉽게 재발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중증 질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발병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대부분 음식물 섭취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리를 열심히 해주어야 한다. 보리는 아기 때 사료 불린 거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인 것 같은데 너무 갑작스럽게 증상이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게 고작 생후 3개월 때이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잔병이 많았다. 처음 키워본 반려동물이었고 아무런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눈앞이 캄캄할 때가 많았다.
작은 보리를 품에 안고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 말 좀 해줘..', '아프지 마..', '미안해 미안해..'라고 얼마나 울면서 얘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보리는 잘 이겨냈고 지금까지 잘~ 커주고 있다. 어릴 때 오랜 병원생활로 사회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반려견 교육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아서도 안된다. 함께 살기 위한 규칙을 가르치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랑 없이 절대 키울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같이 지내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처음 보리를 데리고 왔을 때 보리에게 약속했다. "내가 평생 옆에서 지켜줄게"라고.

내가 개에 대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을지 몰라도 보리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우리집 막둥이자 우리집 사랑둥이 '보리'

'반려 관계' 이자 '보호자'라는 것은 개는 반려견으로서 우리와 동등하게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를 지니며 우리는 반려인으로써 그 생명을 지킬 의무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9년 동안 보리의 인생을 지켜본 나에게는 '강아지 한 마리나 데려와 볼까?' 하는 생각을 결코 사소하게 해서는 안되며 한 마리의 반려견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솔직히 가볍게 생각하고 반려견을 데려왔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리면 한 반려견의 삶은 사라지고 만다.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가 된 상황에서 반려견을 맞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반려견을 키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깊게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첫 만남은 조금 서툴렀지만 결국 보리와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9년 동안 보리와 함께 보내면서 보리는 정말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보리에게 고맙다.

아 물론 처음에 그렇게 반대하셨던 아빠는 지금 '보리바라기'가 되셨다. 영상통화라는 걸 해본 적도 없으신 분이 밖에 계실 땐 보리를 보기 위해 영상통화를 얼마나 하시는지 모른다. 하물며 똥 싸면 똥 쌌다고 간식 주고, 오줌 싸면 오줌 쌌다고 간식 주시는 팔불출 아빠가 되셨다.

얼마 전에는 아무래도 우리 보리가 천재인 것 같다며 학교를 보내자고 하신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