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귀염둥이 개는 '제페니즈 스피츠'이다. 사랑스러운 내 강아지의 이름은 '보리'. 이 이름은 엄마가 지어주셨다.
쌀, 보리 할 때 보리냐고? 아니다! 보리라는 이름의 뜻은 불교에서 '깨달음의 지혜'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구 !
2013년 여름, 보리는 예전에 알던 지인이 무책임하게 파양을 하게 되면서 만나게 된 아이다. 그 사람과는 그 이후로 인연을 끊었다. 하지만 나도 강아지를 키워본 경험도 없었고 부모님께 말씀도 못 드린 상태였다. 솔직히 겁도 나고 걱정이 되었었다.
보리는 처음 봤을 때부터 유난히 나를 잘 따랐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처럼 날 졸졸 따라다녔다. 고양이에게 간택당한 것이 아니라 개에게 간택을 당했다. 조그마한 꼬리를 어찌나 세게 흔들던지. 나는 이 작은 아이를 그냥 놔둘 순 없었다.
겨우겨우 몇 날 며칠, 부모님을 설득해서 마침내 우리 집으로 데려오게 되었다. 하지만 아빠는 아직 내키지 않으셨는지 조그마한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동생은 마냥 좋아했었지. 그렇게 우리 보리와 우리 가족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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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개를 키우기 위해 많은 공부와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키워야 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정말 절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는 스피츠라는 견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고 데려온 게 아니었다.
털이 털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빠진다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날마다 집안 곳곳에 뭉게뭉게 굴러다니는 털들을 보면서 해탈의 경지까지 오게 되었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좀 더 좋은 사료, 중간중간 맛있게 먹으라며 간식도 사다 줘야 한다. 거기다 만약 아프게 되면 정말.. 그건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 보리도 애기 때 많이 아팠었다. 병명은 췌장염. 강아지 췌장염은 한번 발병하면 쉽게 재발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한 중증 질병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발병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대부분 음식물 섭취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관리를 열심히 해주어야 한다. 보리는 아기 때 사료 불린 거 외에는 아무것도 안 먹인 것 같은데 너무 갑작스럽게 증상이 와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게 고작 생후 3개월 때이다. 그 외에도 이런저런 잔병이 많았다. 처음 키워본 반려동물이었고 아무런 지식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눈앞이 캄캄할 때가 많았다.
작은 보리를 품에 안고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 말 좀 해줘..', '아프지 마..', '미안해 미안해..'라고 얼마나 울면서 얘기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보리는 잘 이겨냈고 지금까지 잘~ 커주고 있다. 어릴 때 오랜 병원생활로 사회성은 조금 부족하지만..
반려견 교육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무조건적인 애정을 쏟아서도 안된다. 함께 살기 위한 규칙을 가르치는 일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것이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랑 없이 절대 키울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같이 지내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처음 보리를 데리고 왔을 때 보리에게 약속했다. "내가 평생 옆에서 지켜줄게"라고.
내가 개에 대해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을지 몰라도 보리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끝까지 지켜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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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 관계' 이자 '보호자'라는 것은 개는 반려견으로서 우리와 동등하게 생명을 존중받을 권리를 지니며 우리는 반려인으로써 그 생명을 지킬 의무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9년 동안 보리의 인생을 지켜본 나에게는 '강아지 한 마리나 데려와 볼까?' 하는 생각을 결코 사소하게 해서는 안되며 한 마리의 반려견을 책임진다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일인지를 깨달았다.
솔직히 가볍게 생각하고 반려견을 데려왔다가 중간에 포기해버리면 한 반려견의 삶은 사라지고 만다. 충분히 숙고하고 준비가 된 상황에서 반려견을 맞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반려견을 키울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번 더 깊게 고민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첫 만남은 조금 서툴렀지만 결국 보리와 우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9년 동안 보리와 함께 보내면서 보리는 정말 소중한 시간과 추억을 선물해주고 있고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보리에게 고맙다.
아 물론 처음에 그렇게 반대하셨던 아빠는 지금 '보리바라기'가 되셨다. 영상통화라는 걸 해본 적도 없으신 분이 밖에 계실 땐 보리를 보기 위해 영상통화를 얼마나 하시는지 모른다. 하물며 똥 싸면 똥 쌌다고 간식 주고, 오줌 싸면 오줌 쌌다고 간식 주시는 팔불출 아빠가 되셨다.
얼마 전에는 아무래도 우리 보리가 천재인 것 같다며 학교를 보내자고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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